그때부터였다. 당시 극장가는 코로나로 인해 어려운 시기를 겪었고 크리스티안 페촐트의 <운디네>가 여러 스크린에 소소한 빛을 비추고 있었다. <운디네> 개봉과 함께 노원의 한 극장에선 프란츠 로고스키 배우 기획전으로 영화 <인 디 아일>의 잔잔한 상영 소식을 알렸다. 당시 <인 디 아일>을 노트북으로 먼저 접했던 나는 그렇게 ‘더숲 아트시네마’(이하 더숲)에서 모니터가 아닌 생경한 이미지와 잔잔한 사운드의 영화로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이후 4년 가까운 시간 동안 영화가 전하는 편지를 종종 더숲에서 열어보며, 이젠 나만의 지정 좌석이 아니면 다음 회차로 영화를 보는 단골 극장이 되었다. 더숲의 관객으로서 이호준 프로그래머님과의 인터뷰를 통해 더숲에서 느꼈던 극장의 경험을 나누고 싶었다. 더숲을 애용하는 관객분들과 알아보고 싶은 관객분들에게 공감과 진심이 닿기를 바라며.
Q. 간단한 자기소개와 극장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더숲 아트시네마 영화팀장이자 프로그래머로 일하고 있는 이호준입니다. 저희 극장은 2017년 복합문화공간 ‘더숲’으로 시작해 1관을 오픈했었는데요. 이후 많은 관객분들이 찾아와주셔서 현재는 1관 42석, 2관 40석, 총 82석으로 더숲 아트시네마를 운영 중에 있습니다.
Q. 더숲에서 상영되는 영화 프로그래밍 기준이 궁금합니다. 지역 커뮤니티가 반응할 수 있는 작품들을 수급하려 해요. 전국적으로 흥행했던 독립영화 <벌새>의 전국 관객 수 5위 안에 더숲이 들기도 했는데요. 82석이 전부인 저희 극장에서 매번 매진기록을 했던 거죠. 영화의 힘도 있었지만, 여러 학교가 모여 있는 지역의 특수성도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거든요. 노원에는 환경, 인권 관련 활동을 하는 다양한 지역 커뮤니티가 존재해요. 이러한 지역 커뮤니티를 인지하면서 좋은 소재의 영화가 있다면 소개해 드리려고 하죠. 그러다 보니 서울권의 극장 중, 더숲이 다큐멘터리 장르를 많이 소개하는 극장 중 하나가 되기도 했어요. 작년엔 <수라>, <어른 김장하> 같은 다큐 작품들도 많은 사랑을 받았어요. 그리고, 2-30대 젊은 관객 분들이 즐기실 수 있는 프로그래밍에 대한 고민도 계속하고 있습니다. 더숲 극장에 대한 유익함과 호기심을 심어주면서 관객층을 넓혀가려고 합니다.
왕민철 | 2022 | 다큐멘터리 | 109분 26초 | 컬러 | 12세이상 관람가 | 2024. 6. 12 개봉
어두컴컴한 수로. 고라니들의 사체. 그저 울음소리지만, 어쩐지 인간에게는 절규하는 것처럼 들리는 고라니의 울음. 구조된 서너 마리의 고라니가 숲으로 가는 길목에 방생되는 장면에 이어지는 이미지는 죽은 고라니들의 사체, 사체, 아주 많은 사체들이다. 케이지에서 끝없이 나오는 고라니 사체들은 폐기물 통에 담겨 버려진다. 이 첫 시퀀스는 영화 전체를 관통한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전체 지구에서 인간이 차지하는 영역은 넓어지고 인간 외 생물들이 전용할 수 있는 환경은 줄어든다. 그렇기에 고라니는 선택의 여지없이 인간의 영역을 통과해야만 하고 때때로 끝까지 통과하지 못해서 죽거나 인간에게 발견된다. 인간은 지구 최상위 포식자다. 많은 종이 인간에 의해 멸종했고,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은 자연을 파괴해 다른 종이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사라지도록 만들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현실 속에서 동물들을 원래의 자리에 돌려보내거나 보호하거나 환경을 복원할 수 있는(혹은 그러한 의무가 있는) 거의 유일한 주체도 인간이다. <생츄어리>는 자연에서 떨어져 나와 인간의 영역에 발을 들이고만 동물들에 대해서 인간이 얼마만큼 책임져야 하고 또 책임질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안타깝게도 인간은 인간 외의 모든 동물과 인간끼리 소통하는 것만큼 소통할 수가 없어서 구조한 동물에 대한 처치는 인간의 일방적인 처사가 되는 경우가 많다. 그 과정에는 아주 많은 동물들의 죽음이 동반된다. >> 전문보기
필요한 것이 무엇이든 돈을 내고 뽑아 쓸 수 있는 세계에서 우리는 모든 것을 가질 수 있지만 또 동시에 어떤 것도 가질 수 없다. 눈에 보이는 것들은 모두 살 수 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은 돈으로 살 수 없다. 있음에 주목하는 세계에서 있지 않음과 있어 보이지 않음은 질타의 대상이 되고 쉽게 잊혀지며 쓸모 없는 것들이 된다. 모두가 공존하는 사회에서 서로가 서로의 역할에 의존하지만 그 자리는 너무나도 쉽게 대체되고, 가까워질수록 존재는 잊혀지고 쓸모만 남아 서로는 서로에게 점점 고립된다. 애니메이션으로 구현된 세계는 극단적인 가상세계 이지만, 현실과 교차할 때, 어떤 부분들은 소름 돋게 섬뜩하다. 내몰리는 사람들의 뒷모습이 쉽게 잊혀지지 않는 이유는 그런 이유에서 일 것이다. 그리 멀지 않은 날들과 다가올 세계들, 또 다른 판타지와 디스토피아.
'인디온감’은 독립영화의 무한한 매력을 소문내고 싶은 인디그라운드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인디그라운드에서 선정한 ‘독립영화 라이브러리’ 큐레이션 상영작을 온라인에서 관람하고, 영화에 대한 우리의 생각과 감정을 자유롭게 공유하는 장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인디온감'은 독립영화 맛.잘.알 활동가 또는 단체가 호스트로 함께하여 주제를 설정하고 이야기를 나눕니다.
🌜 1. 도시와 고독 with 어둠단
- 활동기간: 5월 17일(금) ~ 6월 14일(금) - 5/17(금) ~ 5/30(목) | [큐레이션7. 도시에서 산다는 것] 이야기 나누기 - 6/1(토) ~ 6/14(금) | [큐레이션8. 만남은 언제나 고독의 친구] 이야기 나누기 - 오프라인 소모임 예정 (일정 및 장소 추후 공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