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그라운드에서 새롭게 '리뷰레터'를 발행합니다. 리뷰레터에서는 전국 독립예술영화전용관의 방문기와 독립영화 개봉작 리뷰, 인디그라운드 온라인 상영관에서 상영 중인 작품의 리뷰를 전합니다. 많은 관심과 구독! 공유! 부탁드립니다😉
“고단할 때 누르는 마음속 샛노란 즐겨찾기”
씨네아트 리좀
안녕하세요, 다들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저는 지금 삼월의 초입에 서 있어요. 조금 더 내밀한 속내를 털어놓자면, 삼월임에도 어딘가 초조한 기분으로 같은 자리를 배회하고 있답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의 삼월은 어떠셨는지 묻고 싶어요. 혹시 저처럼 내 안의 규격 미달을 감지하는 분이 계신가요? 각자의 치열한 전투로부터 잠시 발을 빼고 싶은 분은요.
다행이에요. 우리가 동류라면 오늘 제 안부가 유달리 더 반가우실 테니까요. 서울의 소음을 피해, 어지러운 마음의 번뇌를 피해 도망 다니던 제가 여러분께 제 도피처 중 한곳을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도시가 지닌 다정한 흥취 같은 것은 멸종된 지 오래이지요. 세심하게 신경을 기울이지 않으면 발견하지 못하게 돼요. 이곳은 느긋하고, 오래되어서 시대의 속도와는 어울리지 않는 곳이에요. 하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여러분과 저 같은 심적 유랑자들에게는 더없는 위안을 주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새삼스럽게 여러분과 제 사이의 느린 시차가 영화 시월애의 우체통을 닮아 재미있어요. 오늘 소개해 드릴 영화관 또한 비유하자면 그런 인상을 주는 것 같아요. 마치 존재 자체로 과거에서 미래로 보내는 편지이거나 그 둘 사이를 이어 주는 창구가 되어 주는 것 같달까요. 여러분들께 소개해 드리고 싶다는 일념 하나만으로 다시 찾았답니다. 골목 한구석의 노란 영화관, 씨네아트 리좀을 소개합니다. >> 전문 보기
실제로 나는 엄마에게 이 영화의 대사와 닮은 말을 들었다. 멍에가 든 마음은 “과감히 도려내고 다른 쓸모”를 골라야 한다고 말이다. 상한 쪽을 품고 살면 근처의 사과에도 옮으니 주의하랬다. 윤이는 가업인 과수원에서 일하면서도 대본을 끼워 지낸다. 윤이는 연기를 해야 숨을 넓고 쾌활히 쉬었다. 다만, 물러지지 않는 가정의 폭력에 평소의 숨도 살펴 가며 꼽아야 했다. 대사보다 과즙을 더 들어야 했던 그에게 동구와의 재회는 큰 기점이 된다. 동구는 영화에서 처음으로 윤이에게 사과를 깎아 내민 대상이었다. 나에게 살갑기가 새삼스러운 시기에 성한 동구의 사과는 큰 다정으로 읽힌다. 긴장을 누를 수 있는 “크게 숨 쉬는” 법도 배우게 된다. “지금 생각하면 유치한데, 그때는 그 말이 진짜 같았어. 나한테.” 동구와 윤이는 재회를 통해 파괴를 도려낼 결심에 다가선다. 각자의 매일을 갈변시킨 말을 과감히 더는 연습. 나의 기쁨과 성큼 맞댈 준비가 필요한 이들에게, 이 영화를 권하고 싶다.
글쓴이_김해수(관객기자단 인디즈)
[NEXT SHOWING] 큐레이션 #5. 비밀펜으로 적은 쪽지
상영일정: 2023.04.01-04.15
상영작: 계절이 지나가는 자리, 눈을 감고 크게 숨 쉬어, 도시락, 우리는 서로 사랑해야한다, 하나의 마음